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제8일의 밤' 오컬트 아니었어?? [스포일러 리뷰]
    영화 간단 리뷰 2021. 7. 8. 12:20
    728x90

    2500년 전, 한 요괴가 인간들에 큰 고통을 주기 위해 인간 세상과 연결된 지옥문을 열려했으나 부처는 요괴가 가진 힘의 원천인 붉은 눈과 검은 눈을 뽑아 버렸다. 두 눈이 부처를 피해 달아났으나 곧 검은 눈은 부처의 손에 붙잡혀 사리함에 갇혔고 붉은 눈은 용케 사람 몸에 숨어들어 도망쳤으나 이는 얕은 냇가임을 알게 됐고 결국 부처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함을 알았기에 거짓 항복하고 스스로 사리함에 들어갔다. 

     

    고대 산스크리트어와 동양화 이미지가 가득한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되는 2500년 전의 전설은 마치 실존하는 일화처럼 그럴싸하고 흥미진진한 포문을 연다. 

     

    허나 사회에서 매장당한 한 학자가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한 집착이 '깨어나선 안 될 것'인 붉은 눈의 요괴를 부활시키는 과정은 너무 뻔한 클리셰다. 왜 인간은 확증편향으로 인해 무모하고 위험한 일을 초래하는지. 그것도 '개민폐' 행위를. 클리셰도 그렇지만 감정적으로 학자 같은 유형의 인간들이 너무 싫어서 화가 난다. 

     

    어쨌거나 붉은 달이 뜬 날 깨어난 붉은 눈은 제 반쪽 검은 눈을 만나러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간다. 8일의 밤이 오기 전에 이를 막아야 한다. 친절하게 1일, 2일, 3일째 시간의 흐름을 적시하고 있지만 8일의 밤에 이르기까지 미친 듯이 단조롭고 지루하다. 넷플릭스 '제8일의 밤' 썸네일에서 고개를 비틀고 피부가 벗겨진 채 기괴하게 웃고 있는 여고생을 보고 잔뜩 기대했던 오컬트 스릴러의 비주얼적 측면은 고작 그게 전부였다. 하루 만에 바싹 마른 변사체로 발견되는 의문의 살인사건이라니, 이 얼마나 섬찟하고 오싹한 장치건만 영화는 이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이나 행위를 컷한다. 오컬트 스릴러라고 꼭 잔인할 필요는 없지만, 이 정도로 허무하게 건너뛰기할 일인가. 

     

     

    캐릭터도 심각하다. 

    이들을 봉인하고 지키는 자의 운명을 지닌 진수(이성민)와 묵언 수행 중인 동자승 청석(남다름)의 얽힌 인연 속 과거사도 너무 클리셰에 비현실적인 과장이다. 진수는 청석 모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가족을 잃었고, 청석 모는 죄책감에 자살했다. 어린 아들 청석을 두고. 진수는 분노와 고통의 연좌제로 청석을 증오한다. 이런 인물 전사는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 가장 대책 없는 건 청석 모다. 남겨진 아들은 뭔 죄가 있다고. 

     

    주인공의 과거 설정은 극복하고 나아가기 위한 스토리적 측면에서 필수적이겠으나 너무 황당하고 극적이면서도 뻔한 설정이라 흥미가 떨어진다. 청석은 지나치게 유아적인 모습을 보인다. 진수를 의지하고 그가 사준 운동화에 기쁨을 느끼고 유사 부자관계라는 정을 느낀 탓이겠으나, 햄버거에 고기도 못 빼먹고 갈비탕의 갈비도 제 손으로 못 걸러내는 융통성 없는 순진무구한 포장이 기가 찬다. 

     

    형사 역할의 박해준도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다. 시종일관 히스테릭하게 틱틱대는 평면적인 형사 캐릭터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기지 발휘도 없고 그저 매 순간 성질만 부린다. 유능함을 찾아볼 수도 없고, 캐릭터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후배 형사와의 관계성이 언뜻언뜻 비치는데 이 또한 흐지부지하다. 결말을 위한 소모적 도구다.

     

    무당 애란(김유정)은 신비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 표정으로 많은 말을 하고 있는 듯 해도, 정작 아무 말이 없는 오묘한 얼굴을 잘 표현했다. 그러나 막상 애란의 전사도 허무할 정도로 색다를 게 없다. 사랑을 갈구하는 학대받던 아이로 스스로 족쇄에 갇힌 인물.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 있다면 진짜 무당 역할의 배우일테다. 순식간에 톤이 달라지며 "너구나?"라고 외치는 신은 꽤 쫄깃했다. 

     

    전체적으로 인물들이 평면적이고 매력적이지 않다. 그러니 몰입도 힘든데 장르적 쾌감도 전무해서 지루함에 몸서리치게 된다. 8일의 밤이 되어서야 그나마 볼만해진다. 최후의 격전이 벌어지는 북산의 비주얼은 음산하고 섬찟하다. 마지막으로 쏟아붓는 이성민의 연기도 비로소 빛을 발한다. 번뇌와 번민, 무한히 반복되는 고통과 분노, 증오와 슬픔 속에 찾은 깨달음.

     

    탐욕·분노·어리석음 등의 번뇌 또는 과거의 업(業)에 대한 속박, 이로부터의 해방은 곧 구원이다. 번뇌의 뜨거운 불기를 끄고 고요한 상태에 이르는 열반과 해탈, 이 결말에 다달아 순식간에 고요해지는 찰나의 연출은 퍽 효과적이다. 

     

    특히 스스로의 의지로 이 모든 속박을 끊어내고 바로 설 수 있다는 인간의 결연함은 이성민의 울부짖는 듯한 얼굴, 그러나 평안함을 찾은 표정 등으로 여실히 나타난다. 중반부까지 실망스럽고 지루했고 그렇기에 별볼일 없던 인물이 이토록 고결하고 경이롭게 느껴질 정도니. 이성민은 역시 감탄할 만한 배우가 맞다. 

     

    영화 속 인간 세상을 망하게 하는 요괴의 정체, 붉은 눈과 검은 눈의 설정은 결국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무한한 번뇌와 번민의 굴레다. 인간이 태어나 얼마나 많은 인연과 악연을 맺고 무수히 많은 고통과 좌절, 희망과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지만 이를 오롯이 느끼며 극복하며 또다시 삶을 살아가는 것. 그런 삶의 진리와 깨달음을 전하고자 하는 '제8일의 밤'이다. 

     

    '어둠이 깊으면 빛은 더욱 찬란하고, 번뇌가 크면 해탈도 큰 법.

    생은 무엇이냐.

    생은 잠시 피어난 풀 싹 같은 것. 꿈이며 환상이며 물거품이며,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은 것.

    참으로 허무한 것.

    허나 정해진 운명 속의 허무한 잠시일지라도 모든 것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법.'

     

    불교의 금강경을 바탕으로 감독이 담고자 하는 생의 정의다. 

     

    메시지는 명확하고, 깊이도 있다. 다만 효과적인 전달 방식은 아니었다. 장르적인 측면은 부족한데, 설정만 산만하다. 인물 배경 설정도 아쉽다. 그래도 망작은 아니다. 확실히 제목 따라 간다고 7일은 그냥 스킵하더라도 '제8일의 밤'에 벌어지는 일은 적당한 긴장감과 웅장함을 느끼게도 했다. 감독의 데뷔작인 만큼, 아직은 더 지켜볼 만하다. 

     

    확실한 건, '뒤통수' '머리카락 사이에 숨어 있는 검은 눈알'이란 키워드로 인간사 번민과 번뇌를 담고, 이를 형상화한 요괴 전설을 창작해냈다는 점은 정말 흥미롭다. 인정. 

     

    별점 ★★. 

    짧은 평.

    영화 시작부터 1시간 내내 너무나 지루해서 미쳐버릴 뻔. 오기로 보다보니 후반은 그나마 좀 재밌다. 

    1. 이성민은 왜 40분 동안 말을 안 하는가!

    2. 그러고보니 하정 스님, 멋있었지. (아픈 걸 표현하는 모습은 너무 설정 자체가 오글거렸지만. 간간히 등장해서 주인공들 멘탈 관리해주거나, 후반부 내레이션까지. 정말 스님 같았다.)

     

    728x90
    반응형

    댓글

무비포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