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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기고 울리고 다 해먹는 영화 '싱크홀' [스포일러 리뷰]
    영화 간단 리뷰 2021. 8. 1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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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텐트폴 무비로 제격인 영화 '싱크홀'. 웃기고 울리고 다한다.

    '싱크홀'은 빌라 한 채가 통째로 지하 500m 싱크홀에 빨려 들어가는 재난을 그린 영화다. 재난 영화라고 하지만 억지 감정 고조 신 없이 유쾌하고 발랄한 톤 앤 매너를 유지한다.

    11년 만에 드디어 서울 입성,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가장 동원(김성균). 이사 첫날부터 장대비가 쏟아지며 찝찝한 기분을 알리지만, 도리어 이사날 비가 오면 잘 사는 거라는 이웃 주민의 반가운 인사 덕담을 들으며 설렘에 잔뜩 들떠있다. 물론 주차를 거지같이 해대고 연락도 안 되는 통에 이삿짐 차량이 한참이나 딜레이 되게 한 괴짜 이웃 만수(차승원)가 상당히 거슬리긴 해도, 마냥 기쁘기만 하다.

    아내와 아들과 근사한 곳에서 외식도 하고, 새 집에 걸어둘 가족 사진도 찍고, 아내가 벌어서 돈을 보태 준다 하니 예전엔 꿈도 못 꿀 아침 헬스장 등록에, 아침밥까지 느긋하게 먹는 '꿀 맛' 직장인의 기쁨도 잠시. 집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불길한 기운이 든다. 그냥 놔둔 구슬이 흘러가는가 하면, 발코니 창이 뻑뻑하고, 단수가 잦다. 부실 공사 여파인가 고심하는데 그러길래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며, 변두리 주택을 왜 사느냐는 얄미운 부하 직원의 충고(?)나 집 값 떨어지니 문제제기 말라는 주민들의 핀잔이 이어진다.

    찝찝하긴 한데, 뭔 문제야 있겠나 싶다. 그렇게 부하 직원들의 독촉에 집들이를 하게 되는데, 만취해 곯아떨어진 다음날. 갑자기 집이 미친듯이 흔들린다. 지진인가 싶었는데 곧바로 땅 속으로 꺼진다. 싱크홀이란다. 재수 없는 이웃 만수 부자와 전날 집들이 만취 여파로 귀가하지 못해 운도 지지리도 없이 함께 떨어진 김대리(이광수), 인턴 은주(김혜준)가 함께다.

    영화는 싱크홀이 발생하는 재난 시점까지 꽤 루즈하다. 전조 증상이 간간히 드러나지만, 이마저도 코믹하고 가볍게 지나간다. 초반부 살짝 지루할 순 있지만, 오히려 도심 곳곳에 발생하는 싱크홀이 내 집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공포가 부각되기도 한다.

    재밌는 건, 영화 초반 유쾌한 기조가 재난 발생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잘하면 탈출할 뻔 했던 김대리가 택시째로 떨어진 상황에서 펼쳐지는 김성균과 이광수의 티키타카만 봐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안 열리게 잠겨있는 택시 왼쪽 문을 열려다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고, 이광수는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찰진 욕설을 내뱉는데 이건 '찐 리액션'이라는 후문이다.

    재난 상황의 공포를 느끼기보다 119 구급대가 올거라고 다소 안일하게 위안 삼는 모습도 평범하고 현실적이다. 밖에선 싱크홀 옆 지반까지 흔들려 구조는 뛰어들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생존자 가족들은 갇혀있는 식구들을 생각하며 끼니조차 못 드는데 정작 안에선 무너져 내린 진흙으로 진흙 통닭구이를 해 먹는다. 누구 하나 영웅처럼 나서서 위기를 극복해나가려는 인물도 없다. 그냥 구급대가 구해줄 거고, 그전까지 잘 버티자는 이 평범하고 대책 없는 사람들이 귀엽고 짠하고 웃기다. 특출 난 영웅은 없어도, 이토록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협동하고 힘을 합쳐 버티는 모습이 오히려 리얼하도 대견하다.

    대놓고 웃기는 이광수와 은근히 웃기는 김혜준의 '케미'도 꽤 좋다. 재난 전, 회사에서 정수기 물통을 낑낑대며 들고 가도 도와주긴 커녕 '개무시'하는 김대리에 "개새끼"라고 읊조리던 인턴은, 싱크홀에 빠진 뒤 그 밉상 김대리와 생사고비를 겪으며 '밉상' 이면의 현실적인 직장 선배의 고민과 애환을 듣고 연민과 공감을 이룬다. 또 그를 구해주고, 그에게 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면서 묘한 감정도 싹튼다. 재난 상황에서도 말랑말랑하다. 억지 로맨스가 아니라 퍽 귀엽다.


    싱크홀 안 사람들이 웃음을 보장한다면, 싱크홀 밖 사람들의 슬픈 감정엔 넘치게 동요하게 된다. 그 발란스를 적절하게 잘 맞췄다. 재난 영화라 희생자도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감정 과잉을 자제했다. 그렇다고 희화화하거나 수단으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치매 노인의 평온한 결단과 꼬마의 마지막은 애틋하면서도 '살아갈 사람들'에게 더욱 뜨거운 동기부여를 한다.

    이 장면이 특히 좋은 건, 김성균이 앞서 보여준 연기와 맞물리는 지점이기 때문인데, 이사 첫날 창문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이웃집 꼬마에게 김성균은 우산을 흔들며 반가운 눈인사를 한다. 꼬마는 쑥스러워 이내 모습을 감춘다. 그럼에도 웃는 김성균의 모습은 정말 찰나의 장면, 찰나의 제스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흔한 이웃집 아저씨 김성균과 이웃집 꼬마의 작은 관계성이 형성됐고, 이후 마주치는 신은 없었어도 김성균의 부성애와 맞물려 꼬마에 대한 애착을 이해하게 한다. 꼬마가 김성균 아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신비롭게 나타난 신도 이런 관계성의 연장일 테다. 그리고 치매 노인에게 너무 죄송하다 말하는 김성균의 모습도 진심과 죄책이 담긴 말로, 감정을 동요케 한다. 이처럼 희생자들을 향한 예를 갖추는 온도가 애틋하지만 따뜻하다.

    무엇보다 일명 잠수함 탈출 신은, 생각도 못한 기발한 도구다. 아마, 가장 '신박한' 탈출 도구가 아닐까.

    영화는 많은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지만 거창하게 다루기보다 부동산, 삼포세대, 비정규직 등 현실적인 화두를 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레 녹여낸다. 완급 조절과 발런스가 좋은 영화다.

    결국 '싱크홀'의 탈출은 행복한 삶을 위한 길이다. 내 집 마련, 취업, 직장, 결혼 등등 이 시대를 살며 해나가야 할 게 너무도 많다. 때론 암담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아 절망적이다. 그러나 아등바등하며 내 삶을 옥죄기보다 나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 언제든 허무하게 한낱 땅에 꺼지듯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을 좇기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스스로의 행복을 찾는 것이다.

    '엑시트'의 흥행 공식에서도 엿봤듯 재난X코미디의 적절한 조화는 이 시대 재난 영화의 트렌드가 된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 가족적이고 더욱 대중적인 화두가 담긴, 그리고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너무도 현실적인 '싱크홀'을 소재로 한 영화 '싱크홀'은 지금 시기 잘 빠진 텐트폴 무비임은 확실하다.


    별점 ★★★★

    초반 싱크홀 발생시 CG는 조금 티가 나긴 하지만, 워낙 실제 세트를 다 제작한 탓에 그 부분만 넘기면 꽤 리얼하다.

    1. '싱크홀' 본 뒤, 바닥을 더욱 유심하게 보게 된다. 
    2. 남다름. 은근히 무식한? 멍청한?? 듯한 캐릭터도 잘 어울린다.
    3. 이광수, 진짜 미쳤다. 개 웃기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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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 코미디의 절묘한 조화, '웃픈' 인생 희비극 '싱크홀' [리뷰] | 무비포레스트

    재난 코미디의 절묘한 조화, '웃픈' 인생 희비극 '싱크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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