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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터' 액션만 살았다 [짧막 리뷰]
    영화 간단 리뷰 2022. 8. 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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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악녀'로 여성 액션의 신기원을 연 정병길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게다가 액션이며 연기며 빠지지 않는 배우 주원이 작정하고 벌크업을 하고 대역없이 찍은 액션물이라니. 이 조합을 누가 마다할 수 있을까.

    설정도 매력적이다. 주원이 맡은 카터는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전 세계를 초토화 시킨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소녀를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인물이다. 눈을 떠보니 뒤통수에는 정체 모를 장치가 박혀 있고, 입안에는 살상용 폭탄이 장착돼있다. 게다가 귓속에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의지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주어진 시간 안에 미션을 성공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되찾아야 하는 '카터'다.

    예고편 영상에서도 리얼 타임 액션의 진수가 펼쳐졌다.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 시리즈도 오마주할 만큼, 탁월하고 특출난 정병길 감독 특유의 오토바이 액션의 반가움부터, 좁은 차와 헬기에서 펼쳐진 스카이다이빙까지 한계를 뛰어넘는 동선과 쉴 틈 없는 액션이 역대급 작품의 탄생을 기대케했다.

    그러나 막상 베일을 벗은 '카터'는 몹시 실망스럽다. 범상치 않은 인물 설정에 방대한 미스테리가 숨겨져 있을 것처럼 꾸며놓은 스토리는 그대로 방치해놓는 수준이다. 극 시작 카터가 알 수 없는 공간에서 깨어나 CIA 요원들의 공격을 받거나, 이를 피해 달아난 곳에서 '뜬금없이' 알몸의 야쿠자 떼거리와 적나라한 살육 액션을 펼치는 장면은 분명 흥미진진하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제법 사건과 스토리가 풀려나가야 하는 시점에도 계속해서 의문과 미스터리는 쌓인채다. '카터'라는 매력적인 인물은 그저 폭주하는 액션을 위해 존재하는 기능적 인물로 소비된다.

    그러니 주원이 그야말로 인간 한계를 넘는 '미친' 액션을 펼치고 있어도, 일시적인 감탄사만 연발케 할뿐. 도통 당위성을 찾을 수 없는 스토리 덕분에 공감과 몰입이 도무지 어렵다.

    그를 집요하게 쫓는 CIA 요원들의 추격도 영문을 알 수 없다. 모든 인물이 액션을 위해 기능할 뿐, 스토리는 그야말로 처참하게 무시한다. 특히 전 세계를 초토화 시켰다는 '바이러스' 설정은 더욱 형편없다. 이같은 설정만으로도 '아포칼립스'의 혼돈과 공포심을 연상케하지만, 영화는 '카터'의 액션만 중요할 뿐.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발병 근원을 설명할 이유도, 이 배경을 자세히 다룰 생각도 없다. 그저 후반부 카터의 액션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대거 등장한 감염자들의 허망한 쓰임새가 전부다.

    비로소 영화 말미에 다다르며 나름 스토리 수습을 시작하지만 퍽 성의를 기울이진 않는다. 고리타분하고 단선적인 북한의 이데올로기 설정을 차용했고, 그마저도 겉핥기 수준에 불과하다. 메인 빌런으로 등장한 이성재가 맡은 북한군의 이념은 인물에 진정성이나 당위를 배제하니 빌런이 힘을 잃는다. 덩달아 위기 구도도 사라지고, 비로소 나타난 '카터'의 전사 역시 놀랍긴커녕 허무맹랑하다.

    일례로 남북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다룬 영화 중 '강철비'에서는 북한군의 모습에 충분한 당위성이 있었다. 해당 작품에서 쿠데타 세력을 그리거나, 북한군의 모습을 그릴때 인물의 행동에 근본적 이유를 설명하고 현실적인 몰입을 부각했다. '카터'는 '남북'이라는 키워드, 게다가 '바이러스'라는 흥미로운 아이템을 섣불리 건드리고 얼렁뚱땅 버무린다. 이쯤되면 '카터'는 오직 액션만을 위해 존재하는 영화같다.

    정병길 감독의 액션에 대한 이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는 놀랄만큼 아쉽다. 사람과 스토리가 보이지 않고, 액션만 살아있는 '카터'다.

    주원은 기억을 잃은 남자의 혼란함부터 쉼 없이 펼쳐지는 각종 액션, 심지어 무뚝뚝함 속에 아이를 보호하는 헌신까지 모든 감정과 액션을 완벽히 소화했다. 그래서 더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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